2023년 순천만 울트라 마라톤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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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보대사 댓글 0건 조회 926회 작성일 23-09-05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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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순천만울트라마라톤대회(102km)

- 일시 : 09/2토)16:00 ~ 09/3(일) 09:00
- 장소 : 순천시 동천 천변공원
- 종목 : 102km, 제한시간 17시간
- 기록 : 14:23
- 주로 : 순천만~별량~낙안민속마을~선암사입구~상사호~국가정원서문~
 

  구포에서 10:38 무궁화를 타고 순천으로 향한다. 기차여행은 익숙하지 않아 너무 지루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순천역 근처에서 식사를 한 후 택시를 타고 대회장에 도착하여 많은 참가자들을 만나니 벌써 마음이 설래인다.

천천히 준비물을 챙기며 사진도 찍고 지인들과 인사를 나누며 출발을 기다린다.
오늘은 오후 4시 정각에 출발하여 제한시간 17시간인 3일 오전 9시까지다.
순천역에서 부산행 기차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조금 일찍 들어와야 된다는 부담을 안고 드디어 대회진행 행사를 마치고 출발이다.

매 cp마다 빠짐없이 물과 탄수화물을 보충하며 무엇보다 다섯 개의 재를 넘어야 완주할 수가 있다.

첫 번째 바람재고개를 넘고 벌교 부농회에서 밥을 먹고 보니 주로에 주자가 보이지 않는다. 벌써부터 외로운 독주가 시작 되는가 보다.
깜깜한 어둠속에서 오직 랜턴하나에 의지하여 전진 또 전진이다.

두 번째 고개인 석거리재를 정복하니 앞 주자 깜빡이 보이는가 싶더니 이내 시야에서 사라진다. 8월 초부터 발병된 오른쪽 눈의 충혈이 대회 참가여부를 저울질하였지만 내 의지를 꺽지 못했다. 그러나 땀으로 더 심해질까 심히 염려스럽다. 중간 몇 번이나 안약을 넣었지만 안심할 수가 없었다.

이런 와중에 혼자가 되니 더욱 쓸쓸한 기분에 강행군을 하지 않을 수가 없지 않는가?
살기위한 몸부림보다 완주를 위한 처절함이다.

세 번째 고개 빈계재를 넘어가니 60km가 눈앞에 보이는 같다. 어디서 부터인지 오른쪽 옆구리가 걸려 호흡곤란증세와 통증이 동반되어 뛸 수가 없다. 이 통증이 지속된다면 완주는 불투명하다. 근육이완제를 털어넣고 달래보지만 스피드를 낼 수없다.

잠깐씩 쉬어가는 주법으로 바꾸고 건다 뛰다를 무한반복하다보니 cp도착이다.
자봉님의 근육이완제 한 알 먹고 비상용으로 한 알 더 얻고 몇 명의 주자를 만났지만 동반주는 하지 않게 된다.

네 번째 고개 오공재를 주자 한 명 만날 수 없었다. 깜깜한 산길 어둠속의 질주는 더 빨리가는 촉진재????

이제 마지막 고개를 남겨놓은 상태에서 몸 상태와 시간 점검을 해보니 그렇게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것 같다.
금산 삼거리를 지나 마지막 율치재(밤치재)를 향한다. 혼자 뛰고 있지만 알바 한번 없이 잘 뛰고 있는 건 방향 표시 화살표 및 U자가 선명하고 큼직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조직위에 감사함을 전한다.

이제 밤치재를 넘고 보니 다섯개 아리랑 고개를 다 넘었다.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선암사 입구 cp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동반주자를 만나게 된다. 그렇게도 무덥던 날씨가 비가 올려는 징조인가?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던 빗 방울이 우의를 꺼내입게 만든다.

제법 많은량이 내리는가 싶더니 몇 분만에 거친다. 우의를 입고 뛴다는 것도 이상하지만 비가 그쳤으니 입고 뛸 필요가 없다. 미련없이 벗어 버리고 홀가분하게 질주의 연속이다.

그러나 몇 분이 지나지 않아 갑자기 폭우가 쏟아진다. 여태껏 뜀 박질 하는 동안 이런 폭우속에 질주는 없었다.
시야도 흐리지만 좋지 않는 눈이 염려된다. 연신 빗물을 훔쳐내지만 쏟아지는 폭우속에서는 대책이 없다.

폭우속의 뜀 박질~~~~ 아 절망이다. 조금도 멈출생각이 없다. 그렇게 흠뻑 물세례를 받으며 가던 중 민가를 발견하고 치마밑에 잠시 머무른다. 그런데 동반주자와 이야기 소리에 주인 아저씨 깨어나 고함을 친다. “그 누고” 하는 소리에 우리도 놀라 빠져 나온다. 도둑으로 오인했을까???

마당에 있던 작은 비닐봉투로 목을 감싸본다. 잠시 쉬는 시간에 제온이 다 빠져 나갔는지 저체온증 현상이다. 팔로 몸에 밀착시켜 체온을 유지 할려고 해도 금방 해결이 안된다.

또 다시 버스정류장에서 비를 피하니 옆에 대형 쓰레기 봉투가 눈에 들어온다. 쓰레기를 쏟아내고 봉투를 뒤집어 몸을 감싼다. 다행히 체온이 올라와 뛸 수가 있었다. 정말 잊을 수 없는 장면이 연출되며, 마라톤역사상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돈을 주고는 얻을 수 없는 값진 경험이랄까?

85km 지점인가 유니폼과 신발은 물을 머금고 물에 빠진 쥐새끼마냥 그런 모습으로 천막속으로 들어가니 누룽지와 컵라면이 준비되어 있었다. 누룽지를 주문하고 보니 앞서간 주자들의 흔적을 볼 수가 있다. 바로 빈 그릇이다. 먹지 않고 바로 간 주자도 있다고 하니 대략 12~3명이 앞서 갔다.
또 저체온증이 올까 봐 지인으로부터 우의를 얻어 입고 완전무장을 한 채 폭우에도 겁 없이 당당하게 나선다.
그러나 철저히 준비를 했는데 몇 km 가지 않아 비가 그쳐  우의와 비닐봉투를 모두 벗어 버린다. 또 다시 폭우가 쏟아져도 이젠 어쩔 수 없다.

상쾌한 기분으로 상사호를 지나 마지막 cp에서 설레임 한 개로 모든 시름을 잊게된다.

순천만 국가정원 서문을 지나 자봉님의 유도로 동천에 들어서니 이제 끝이 보이는가 싶다.
어제 출발해서 왔던길로 되돌아가니 원점회귀다. 동반주자와 한발 한발 내 딛으니 어느듯 피니쉬 아치다. 두 손을 잡고 완주를 만끽해본다.

무덥고 습한 날씨와 후반전에서의 폭우속에 질주는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아무쪼록 무탈완주하게 도움을 주신 조직위와 자봉자님들게 감사드리며 내년을 기약해 본다.

          2023. 9. 5. 부산에서 류창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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